갤러리
베름빡 글판 첫 번째
※ 베름빡은 청주 지역 사투리로 '벽'이라는 뜻입니다.
직지문화의집은 청주가 문학의 향기로 물들기를 바라면서 2024년 11월 처음으로 <베름빡 글판>을 선보였습니다.
문학이 우리를 먹여살리지는 않습니다. 그러나 문학은 우리를 제대로 살게 합니다.
길을 걷다 베름빡에 걸린 글을 보시면 잠시 멈추어 보세요.
길어야 5분, 그 5분이 여러분을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끌지 몰라요.
눈사람
그리움이란 늘 그런 것이다
너에게 달려갈 발이 없는 것이다
그리하여 너를 향해 오롯이
한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는 것이다
좁혀지지 않는 너와의 거리
그 안타까움 씻으려고
그믐밤도 하얗게 빛나는 것이다
빛나면서 나를 지우는 것이다
너를 바라보기 위해 굴러온
그 많은 길들을
하나씩, 하나씩 녹여 내며
아프게 사라지는 것이다
그런 것이다 그리움이란
사라지면서 완성하는 것이다
때 되면 이 자리
너는 와서 보아라
민들레 한 촉
- 장문석, 내 사랑 도미니카, 천년의시작, 201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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